겨울 김 속에서 천천히
마흔 해 동안 미용실 의자 뒤에 서 있던 사람이 겨울 노천탕에서 처음 알아챈 것. 귀 쪽으로 올라붙은 어깨, 그리고 달력의 빨간 동그라미.

충남 천안에서 마흔 해 동안 미용실을 해 온 예순넷 독자와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들로가 각색했습니다.
미용실 의자는 손님이 앉는 자리다. 나는 마흔 해 동안 그 의자 뒤에 서 있었다. 아침 아홉 시에 셔터를 올리고 저녁 여덟 시에 내렸다. 하루 쉬는 월요일에도 재료상에 가거나 밀린 장부를 봤다. 쉬는 건 게으른 사람이나 하는 거라고, 시장에서 장사하던 어머니한테 배웠다. 빨리 자르고, 빨리 말고, 다음 손님. 그게 내 속도였다.
어깨는 늘 뭉쳐 있었지만 미용사라면 다 그런 줄 알았다. 손님 머리를 감기며 허리를 굽힐 때마다 등이 뻐근했다. 아프다고 하면 엄살 같아서 파스 한 장 붙이고 넘어갔다.
재작년 겨울, 딸이 내 생일이라며 온천 숙소를 잡아 왔다. 가게를 이틀 비우는 게 내키지 않아 몇 번을 미루다가 끌려가다시피 따라갔다.
첫날 저녁 노천탕에 들어갔다. 영하의 날씨였다. 뜨거운 물에서 하얀 김이 쉬지 않고 피어올라, 건너편에 앉은 딸 얼굴이 보였다 안 보였다 했다. 머리는 차갑고 목 아래는 뜨거웠다. 처음 몇 분은 가게 생각뿐이었다. 내일 예약이 몇 명이더라, 염색약 주문은 넣었던가.
그러다 어느 순간, 내 어깨가 귀 쪽으로 바짝 올라붙어 있다는 걸 알았다. 물속에서도 그러고 있었다. 일부러 어깨를 끌어내리자 긴 숨이 저절로 빠져나왔다. 사십 년을 이렇게 어깨를 들고 살았구나. 김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올라가 천천히 흩어졌다. 나는 그걸 한참 올려다봤다.
탕에서 나와 머리를 말리는데 딸이 말했다.
엄마, 아까 탕에서 처음으로 가게 얘기를 한 번도 안 했어.
딸 말이 맞았다. 이십 분 넘게 아무 말 없이 김만 봤다. 그게 얼마나 드문 일인지 딸이 나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
몸이 정말 풀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건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다만 그날 나는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를 처음으로 들여다봤다. 어깨는 굳어 있었고 숨은 얕았다. 그걸 사십 년 동안 모른 척하고 살았다. 괜찮다고 말해 온 건 입이었지 몸이 아니었다.
천안에 돌아와 제일 먼저 한 일은 가게 달력을 떼어 내리는 것이었다. 매달 셋째 주 월요일에 빨간 동그라미를 쳤다. 그날은 재료상에도 가지 않고 장부도 펴지 않는다. 겨울이면 그 동그라미 날에 온천에 간다.
지난주에는 단골손님이 거울 너머로 물었다. "원장님, 셋째 주 월요일엔 전화를 안 받으시던데 어디 가세요?" 나는 "김 보러 가요" 하고 대답했다. 손님은 무슨 소린가 하는 얼굴이었고, 나는 가위를 내려놓고 웃었다.
자주 묻는 질문
- 겨울 노천탕에서 머리가 너무 시린데 어떻게 하나요? +
- 마른 수건을 접어 머리에 얹는 분이 많습니다. 탕에서 나오면 바로 물기를 닦고 실내로 들어가세요. 탈의실과 노천탕 사이 온도 차가 크니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 평일 하루만 쉬는데, 쉬는 날 문을 여는 온천을 찾으려면요? +
- 정기 휴무일이 곳마다 다릅니다. 가고 싶은 온천의 상세페이지 연락처로 쉬는 요일을 먼저 확인해 두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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