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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로
온천

탕 안에서는 나이가 지워진다

옷을 벗고 물에 몸을 담그면, 직함도 나이도 사라진다. 온천이 가르쳐 준 이상한 평등에 대하여.

온천에 자주 다니면서 문득 이상한 걸 느꼈다. 탈의실에서 옷을 벗는 순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갑자기 좁아진다는 것이다.

옷과 함께 벗겨지는 것들

밖에서 우리는 저마다 다른 옷을 입고 산다. 그 옷에는 직함이 있고, 재산이 있고, 살아온 이력이 붙어 있다. 우리는 그 옷을 보고 서로를 대한다.

그런데 탕 안에서는 그 모든 게 사라진다. 누가 사장이었는지, 누가 무엇을 가졌는지 알 수 없다. 물에 몸을 담근 사람들은 그저 나이 든 몸을 가진, 비슷하게 지친 사람들일 뿐이다.

몸은 정직하다

옷은 우리를 꾸며 주지만, 벗은 몸은 거짓말을 못 한다. 수술 자국, 굽은 등, 세월이 앉힌 주름. 탕 안에서 나는 그런 몸들을 본다.

  • 누구의 몸에나 지나온 삶이 새겨져 있다
  • 아프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 그걸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누그러진다

밖에서라면 부러워하거나 주눅 들었을 상대가, 탕 안에서는 그냥 나와 같은 사람으로 보인다. 그 평등이 나는 좋았다.

등을 밀어 주던 사람들

옛날 대중목욕탕에는 서로 등을 밀어 주는 풍경이 있었다. 모르는 사람끼리도 "등 좀 밀어 드릴까요" 하고 손을 내밀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참 다정한 문화였다.

벌거벗은 채로 낯선 이의 등을 밀어 주는 일. 거기엔 아무런 계산이 없었다. 서로의 처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 잠깐 손을 보태는 것. 탕 안의 평등은 그렇게 작은 친절로 이어지곤 했다.

벌거벗어야 만나지는 것

나이가 들면 사람을 겉으로 판단하는 데 익숙해진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온천은 그 습관을 잠시 벗겨 준다.

옷을 벗고 같은 물에 몸을 담그는 일은, 어쩌면 우리가 원래 어떤 존재였는지를 잠깐 떠올리게 하는 의식 같다. 다들 벌거벗고 태어나, 비슷하게 늙어 가는 사람들. 그 사실 앞에서는, 겨루던 마음도 잠시 김처럼 풀어진다.

탕에서 나와 다시 옷을 입으면, 우리는 또 각자의 이름과 직함으로 돌아간다. 그래도 잠깐이나마 벌거벗은 사람으로 나란히 앉아 봤다는 것. 그 기억이 세상을 조금은 덜 각박하게 만드는 것 같다.

자주 묻는 질문

온천은 얼마나 자주 가는 게 좋나요?
+
정해진 답은 없지만, 몸이 피로하거나 근육이 뭉쳤을 때 주 1~2회 정도면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혈압이나 심장 관련 질환이 있다면 빈도와 온도를 의사와 상의하세요.
탕에 오래 있을수록 좋은가요?
+
아닙니다. 한 번에 10~15분, 중간에 나와 몸을 식히며 나눠 담그는 편이 몸에 무리가 적습니다. 어지럽거나 가슴이 답답하면 즉시 나오세요.
#온천#평등##사색#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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