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안에서는 나이가 지워진다
어머니 손잡고 다니던 동네 목욕탕, 그리고 예순이 넘어 다니기 시작한 온천. 옷을 벗고 나면 사람을 가늠하던 버릇이 잠깐 멈춘다.

전주에서 초등학교 앞 문구점을 서른 해 동안 꾸려 온 예순둘 독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들로가 그분의 목소리로 다시 썼습니다. 몇몇 세부는 바꿨습니다.
일요일 아침이면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동네 목욕탕에 갔다. 플라스틱 바구니에는 때수건 두 장과 바나나우유 값이 들어 있었다. 탕 안은 늘 김이 자욱했고, 거기서는 시장 생선가게 아주머니도 교장 선생님 사모님도 똑같이 수건을 머리에 얹고 앉아 있었다. 밖에서는 서로 인사하는 법이 다 달랐던 사람들이 탕 안에서는 "언니"라고 불렀다. 어린 나는 그게 신기했다.
그때, 등을 내밀던 사람들
어머니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곧잘 등을 내밀었다. "새댁, 등 좀 밀어 줄래요? 내가 이따 밀어 줄게." 그러면 상대는 웃으며 때수건을 받아 들었다. 이름은 묻지 않았다. 다 밀고 나면 "아이고, 시원하다" 한마디로 끝이었다.
문구점을 하면서 나는 사람을 옷과 말투로 가늠하는 버릇이 들었다. 아이 손을 잡고 들어온 엄마가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아이를 어느 학원에 보내는지 몇 마디면 짐작이 갔다. 장사하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눈치였지만, 서른 해 쌓이니 그 눈이 쉽게 꺼지지 않았다.
지금, 온천 탕 가장자리에서
가게를 조카에게 넘긴 첫겨울부터 친구를 따라 온천에 다니기 시작했다.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나면 그 버릇이 잠깐 멈춘다. 누가 어떤 차를 타고 왔는지, 무슨 일을 하다 왔는지 탕 안에서는 알 길이 없다. 배를 가로지른 수술 자국, 한쪽으로 기운 어깨, 물에 불어 쭈글쭈글해진 손끝. 다들 살아온 만큼의 몸을 하고 같은 물에 앉아 있다. 밖에서 만났으면 괜히 주눅 들었을 것 같은 사람도 여기서는 그냥 옆자리 사람이다.
지난달에는 내 또래쯤 돼 보이는 사람이 혼자 팔을 등 뒤로 비틀며 때수건을 놀리고 있었다. 한참 망설이다 말을 걸었다. "제가 밀어 드릴까요?" 그 사람은 잠깐 놀라더니 웃으며 등을 돌렸다. 다 밀고 나자 이번엔 그쪽이 내 때수건을 가져갔다. 등에 손이 닿는 순간, 어머니가 하던 말이 내 입에서 그대로 나왔다. "아이고, 시원하다." 우리는 끝내 이름을 묻지 않았고, 탈의실 거울 앞에서 고개를 한 번 숙이고 헤어졌다.
자주 묻는 질문
- 온천 대중탕에서 때를 밀어도 되나요? +
- 때를 미는 자리를 따로 두는 곳이 많습니다. 탕 안에서는 밀지 않고, 쓴 자리는 물로 깨끗이 헹궈 두는 것이 기본입니다. 세신 서비스를 따로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 처음 보는 사람에게 등을 밀어 달라고 해도 실례가 아닐까요? +
- 요즘은 드문 일이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볍게 먼저 물어보고, 거절하면 웃고 넘기면 됩니다. 손이 닿지 않을 때는 긴 손잡이 때수건을 챙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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