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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로
파크골프장

점수를 세지 않게 된 날

이기고 싶어서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어느새 점수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점수판을 내려놓은 날의 이야기.

파크골프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승부에 관심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냥 바깥바람 쐬러 나가는 거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석 달쯤 지나자, 나는 어느새 지난주보다 몇 타를 줄였는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기고 싶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처음엔 공을 홀에 넣는 것만으로 신났다. 그런데 점수를 적기 시작하자 마음이 달라졌다. 같은 조 사람보다 한 타라도 적게 치고 싶었고, 실수한 홀에서는 하루 종일 기분이 상했다.

웃으러 나온 자리에서 나는 자주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잘 치는 날은 기뻤지만, 못 치는 날은 집에 올 때까지 찜찜했다. 즐거우려고 시작한 일이 어느새 나를 채점하고 있었다.

승부욕은 나를 좀먹었다

승부에 매달리자 몸도 마음도 뻣뻣해졌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니 스윙은 더 엉망이 됐고, 그러면 더 조바심이 났다. 악순환이었다.

한번은 같은 조 사람과 사소한 규칙 다툼까지 했다. 별것도 아닌 걸로.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하니 부끄러웠다. 나는 대체 뭘 얻으려고 여기까지 왔나. 즐거우려고 시작한 운동이 사람과 얼굴을 붉히게 만들다니.

점수판을 접은 어느 날

그날은 유난히 공이 안 맞았다. 몇 홀을 내리 망치고 나니 부아가 치밀었다. 그러다 문득, 왜 이러고 있나 싶었다. 여기 이기려고 나온 게 아닌데.

그래서 점수 적는 걸 그만뒀다. 그냥 쳤다. 공이 어디로 가든 따라 걸었다. 그랬더니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잔디에 맺힌 이슬, 옆 홀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오래 못 본 하늘의 색깔.

  • 점수를 지우자 어깨 힘이 빠졌다
  • 힘이 빠지자 오히려 공이 잘 맞았다
  • 잘 맞으니 웃음이 돌아왔다

잘 치는 것보다 오래 치는 것

이제 나는 점수를 잘 세지 않는다. 대신 '오늘 잘 맞은 한 타'만 기억하고 온다. 그거면 충분하다.

나이 들어 하는 운동의 목표는 어제의 나를 이기는 게 아니라, 내일도 나가고 싶은 마음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점수를 내려놓자, 파크골프가 다시 즐거워졌다. 오래 치려면, 이기려는 마음부터 조금 내려놓아야 했다.

돌아보면 삶도 비슷했다. 남과 견주며 살 땐 늘 부족했고, 견주기를 멈추자 비로소 가진 것이 보였다. 점수판을 접은 그날, 나는 파크골프만 다시 배운 게 아니었다.

자주 묻는 질문

파크골프도 승부에 집착하게 되나요?
+
사람마다 다르지만, 점수를 기록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쟁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즐거움이 목적이라면 가끔 점수를 내려놓고 걷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점수를 안 세면 재미가 없지 않나요?
+
점수 대신 '오늘 한 홀이라도 잘 친 순간'에 집중하면 또 다른 재미가 생깁니다. 결국 무엇에 집중하느냐의 차이입니다.
#파크골프#마음#경쟁#여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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