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레인의 낯선 사람들
이름도 모르고 말 한마디 나눈 적 없지만, 매일 같은 레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그 느슨한 인연에 대하여.

아침 수영을 다닌 지 몇 년째다. 그동안 같은 레인에서 마주친 사람이 여럿이다. 그런데 나는 그들의 이름을 하나도 모른다. 말을 나눠 본 적도 거의 없다. 그래도 나는 그들을 안다.
이름은 몰라도 아는 사이
늘 파란 수모를 쓰는 분, 접영을 멋지게 하는 분, 나처럼 느릿느릿 평영만 하는 분. 이름은 몰라도 나는 그들의 습관을 안다. 오늘 누가 안 나왔는지도 안다.
며칠 안 보이면 걱정이 된다. 어디 아프신가. 그러다 다시 나타나면 속으로 반가워한다. 말은 안 해도,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그렇게 확인한다.
말이 없어도 이어지는 것
이 느슨한 관계가 나는 좋다. 부담이 없어서다.
- 이름을 묻지 않으니 격식이 없다
- 사연을 모르니 판단할 일도 없다
- 그저 같은 시간, 같은 물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나이가 들면 관계가 버거워질 때가 있다. 챙겨야 할 게 많고, 기대와 서운함이 오간다. 그런데 이 레인의 인연은 그런 무게가 없다. 가볍고, 그래서 오래간다.
눈인사 하나의 힘
한번은 힘든 일이 있어 며칠 마음이 가라앉은 적이 있었다. 그날도 억지로 수영장에 나갔다. 물에 들어가려는데, 늘 마주치던 분이 나를 보고 가볍게 눈인사를 건넸다.
그게 전부였다. 말도 없었다. 그런데 그 눈인사 하나에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여기 있다는 것. 세상 어딘가에 내 자리가 있다는 것. 깊은 위로가 꼭 긴 대화에서 오는 건 아니라는 걸, 그날 알았다.
함께 있다는 감각
혼자 사는 시간이 늘수록, 나는 이런 느슨한 연결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 깊은 대화가 아니어도, 누군가와 같은 공간에 규칙적으로 있다는 감각. 그것만으로 사람은 덜 외롭다.
이름도 모르는 같은 레인의 사람들.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것도 아니면서, 동시에 서로의 아침을 지켜 주는 사이다. 이런 인연도 인연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나이 들어 우리에게 필요한 건, 깊고 무거운 관계 몇 개가 아니라 이렇게 가볍고 다정한 연결 여럿인지도 모른다.
자주 묻는 질문
- 수영장에서 다른 사람과 레인을 나눠 써야 하나요? +
- 자유수영 시간에는 보통 여러 명이 한 레인을 함께 씁니다. 느린 사람은 오른쪽, 빠른 사람이 추월하도록 배려하는 등 기본 질서를 지키면 서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수영장에서 사람들과 꼭 어울려야 하나요? +
-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말을 섞지 않아도 같은 공간을 규칙적으로 공유하는 것만으로 느슨한 소속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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