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들로
수영장

물은 나를 다그치지 않는다

중급 레인에서 뒤 사람에게 발끝을 건드리던 전직 국어교사가, 느린 레인으로 옮긴 뒤 알게 된 자기 속도에 관한 이야기.

광주 북구에 사는 예순여섯 살 독자가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말투와 몇몇 세부는 각색했습니다.

정년퇴직하고 이듬해 봄부터 동네 체육센터 자유수영에 다녔다. 학교에 있을 때 방학마다 조금씩 배워 둔 자유형이 있어서, 처음부터 가운데 중급 레인에 들어갔다. 그게 화근이었다.

발끝을 건드리는 손

중급 레인은 쉬지 않고 돈다. 나는 25m를 가면 벽을 잡고 숨을 골라야 했는데, 그사이 뒤에서 오던 사람이 내 발끝을 손으로 톡톡 건드렸다. 비켜 달라는 신호였다. 처음에는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고, 몇 번 지나자 벽에 닿기도 전에 뒤를 돌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내 팔이 물을 몇 번 저었는지보다 뒤에 몇 명이 붙었는지를 먼저 셌다.

석 달째 되던 날, 벽에서 돌아 나오다가 뒤 사람과 머리를 부딪혔다. 둘 다 다치진 않았다. 그 사람이 먼저 괜찮냐고 물었는데, 나는 대답 대신 레인 줄 밑으로 들어가 맨 끝 초급 레인으로 건너갔다. 창피해서 그날은 거기서 두 바퀴만 돌고 나왔다.

느린 레인의 사람들

다음 주부터는 아예 초급 레인에서 시작했다. 킥판을 잡은 사람, 고개를 내놓고 평영으로 가는 사람, 물속에서 걷는 사람이 섞여 있었다. 아무도 남의 발끝을 건드리지 않았다. 앞사람이 벽에서 쉬면 뒷사람도 옆에 서서 같이 숨을 돌렸다.

교단에 서던 삼십여 년 동안 나는 학생들에게 늘 진도 이야기를 했다. 이번 주까지는 어디, 다음 주까지는 어디. 그 레인에서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진도를 묻지 않았다. 25m를 한 번에 못 가면 중간에 서서 숨을 쉬었다. 바닥에 그어진 검은 선을 따라 천천히 가다 보니, 물 밖에서는 몰랐던 내 팔꿈치가 보였다. 물을 당길 때마다 팔꿈치가 먼저 꺾여 힘이 새고 있었다.

지금의 속도

일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초급 레인을 쓴다. 이제는 왕복 50m를 쉬지 않고 도는 날도 있다. 중급으로 옮기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아직은 이 레인이 좋다.

지난달에는 처음 온 듯한 남자가 내 뒤에서 자꾸 멈칫거렸다. 벽에 닿았을 때 그에게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하고, 나는 레인 줄을 잡은 채 그가 반대편 벽에 닿을 때까지 기다렸다. 돌아오던 그와 눈이 마주쳤고, 둘이 같이 숨을 몰아쉬며 웃었다.

자주 묻는 질문

자유수영 레인은 무엇을 기준으로 고르나요?
+
레인 앞에 초급·중급 같은 표시가 있다면, 쉬지 않고 한 바퀴를 돌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고르세요. 중간에 자주 서야 한다면 느린 레인이 나에게도 뒤 사람에게도 편합니다.
뒤 사람이 발끝을 건드리면 어떻게 하나요?
+
앞질러 가고 싶다는 신호인 경우가 많습니다. 레인 끝 벽에 닿았을 때 옆으로 비켜 먼저 보내 주면 됩니다. 레인 한가운데서 갑자기 멈추면 오히려 부딪히기 쉽습니다.
#수영#물#비교#위로#에세이

전국 수영장 위치가 궁금하다면 나들로 지도에서 바로 찾아보세요.

수영장 지도 열기
수영장 글 더 보기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