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다 만난 사람들
주말마다 혼자 산에 가기로 한 부산의 한 독자. 스스로 정한 규칙 세 가지와, 산에서 받은 작은 친절들, 그리고 처음 남에게 길을 알려 준 날의 이야기입니다.

부산 남구에 사는 쉰한 살 독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들로가 재구성했습니다. 산길의 몇몇 장면은 각색했습니다.
회사 동료들과 주말 산행 날짜를 맞추는 일이 산행보다 더 힘들었다. 몇 번 미뤄지고 나서 혼자 가기로 했다. 그래도 겁은 났다. 그래서 첫 산행 전날 밤, 수첩에 규칙 세 가지를 적었다.
- 출발 전에 동생에게 산 이름, 올라갈 길, 내려올 시각을 문자로 보낸다. 내려오면 "하산"이라고 보낸다.
- 주말 오전,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로만 간다.
- 오후 세 시가 넘으면 어디에 있든 내려간다.
규칙을 정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첫 산은 집에서 버스로 20분 걸리는 황령산이었다.
갈림길의 아저씨
두 번째 혼자 산행 때 갈림길에서 지도를 들여다보며 한참 서 있었다. 이정표의 화살표가 둘 다 정상 쪽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내려오던 아저씨 한 분이 걸음을 멈췄다. "왼쪽은 계단, 오른쪽은 흙길인데 오른쪽이 덜 가팔라요." 그러고는 내 대답도 듣지 않고 내려갔다. 오른쪽 길은 정말 덜 가팔랐다.
벤치의 보온병
11월이었다. 정상 근처 벤치에서 손을 비비고 있는데, 옆에 앉은 부부가 보온병 뚜껑에 보리차를 따라 건넸다. "혼자 왔어요? 장갑 없으면 손 시려요." 그날 나는 처음으로 산에서 모르는 사람과 십 분쯤 이야기를 나눴다. 그분들이 다니는 다른 산 이야기, 내려가는 길에 있는 국숫집 이야기. 다음 주에 나는 장갑과 작은 보온병을 샀다.
인사
혼자 다니면 인사를 더 하게 된다. 일행이 있으면 우리끼리 이야기하느라 지나치는 사람을 잘 보지 못한다. 혼자일 때는 마주 오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고, "안녕하세요"가 먼저 나온다. 그 짧은 인사가 쌓이니 산길이 낯설지 않았다. 내가 혼자라는 걸 알아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이번에는 내가
혼자 다닌 지 일 년쯤 지난 지난달, 같은 갈림길에서 등산화가 새것인 여자분이 지도를 들고 서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왼쪽은 계단이고 오른쪽이 덜 가팔라요. 정상까지 사십 분쯤이요." 그분이 고맙다며 오른쪽으로 올라갔다. 나는 내려와서 동생에게 "하산"이라고 문자를 보내고, 그 뒤에 한 줄을 더 붙였다. "오늘 길 하나 알려 줬다."
자주 묻는 질문
- 혼자 산에 갈 때 가족에게 무엇을 알려 두면 좋을까요? +
- 산 이름, 올라갈 길과 내려올 길, 예상 하산 시각을 알려 두고, 내려온 뒤 도착했다고 다시 연락하는 약속을 정하세요. 연락이 없을 때 가족이 신고할 기준 시각도 함께 정해 두면 좋습니다.
- 혼자 가기 좋은 산과 길은 어떻게 고르나요? +
- 주말 오전에 사람이 많이 다니는 대표 등산로, 이정표가 잘 되어 있고 중간에 내려올 길이 있는 낮은 산이 무난합니다. 인적 드문 길과 바위 구간이 긴 산은 동행과 함께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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