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들로
등산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어렵다

하산길 마지막 30분에 발목을 접질려 한 달을 쉰 순천의 한 독자. 다시 산에 간 날 그의 걸음은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이 글은 전남 순천에 사는 쉰여덟 독자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사는 곳과 산 이름 말고는 세부를 조금씩 바꿨습니다.

다친 곳은 정상도, 바위 구간도 아니었다. 주차장까지 30분쯤 남은 흙길이었다. 그날 나는 정상에서 김밥을 먹고 기분 좋게 내려오고 있었다. 오르막에서 고생한 만큼 내리막은 금방일 것 같았다. 걸음이 점점 커졌다. 젖은 나뭇잎 아래 숨은 돌을 밟는 순간 발목이 바깥으로 꺾였다.

내려오지 못한 30분

일어설 수는 있었다. 그런데 디딜 때마다 발목에 불이 났다. 같이 간 친구가 내 배낭을 앞으로 메고, 나는 친구 어깨와 나뭇가지를 지팡이 삼아 내려왔다. 30분 거리를 한 시간 넘게 걸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오를 땐 내가 조심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 숨이 차서 저절로 천천히 걸었던 것뿐이라는 걸. 내려갈 땐 숨이 차지 않으니 아무것도 나를 붙잡지 않았다.

한 달

병원에서는 인대를 다쳤다며 몇 주 동안 발을 쓰지 말라고 했다. 절뚝이며 집 앞 마트에 가는 것도 일이었다. 남편이 산에 그만 다니라고 했고, 나도 반쯤은 그럴 생각이었다. 그런데 창밖으로 봉화산 능선이 보일 때마다 마음이 거기 가 있었다. 다시 가도 되느냐고 물었을 때 의사는 다 나은 뒤 낮은 산부터, 발목을 잡아 주는 신발을 신으라고 했다.

다시 간 날

한 달 반 만에 집 근처 낮은 산에 갔다. 달라진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스틱을 샀다. 두 개. 내리막에서 길게 늘려 먼저 땅을 짚고 나서 발을 내디뎠다. 발목이 낮은 운동화 대신 목이 올라오는 등산화를 신었다. 그리고 보폭. 오르막보다 내리막에서 걸음을 더 작게 했다. 발 디딜 자리를 한 걸음씩 보고, 젖은 낙엽은 밟지 않고 돌아갔다.

그날 하산에는 오를 때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같이 간 친구가 "너 내려가는 게 올라가는 것보다 느리다"며 웃었다. 맞는 말이었다. 주차장 앞에서 나는 스틱을 접으면서, 다친 그 흙길 지점을 지날 때 발밑을 한 번 더 봤던 걸 떠올렸다. 이제 하산 마지막 30분이 되면 일부러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신발 끈을 다시 묶는다. 다 왔다는 생각이 들 때 쓰는 나만의 쉼표다.

자주 묻는 질문

산에서 발목을 접질렸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
무리하게 걷지 말고 먼저 자리를 잡아 쉬면서 상태를 살피세요. 체중을 실을 수 없을 만큼 아프면 일행의 도움을 받고, 혼자 움직이기 어려우면 위치표지판 번호를 확인해 119에 알리세요. 내려온 뒤에는 병원 진료를 받으세요.
다친 뒤 언제 다시 산에 가도 되나요?
+
사람마다 회복 정도가 다르니 진료한 의사와 상의해 정하세요. 다시 시작할 때는 낮고 길이 순한 산부터 짧게 다녀오는 분이 많습니다.
#등산#하산#겸손#인생#에세이

전국 등산 위치가 궁금하다면 나들로 지도에서 바로 찾아보세요.

등산 지도 열기
등산 글 더 보기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