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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로
등산

정상 대신 돌아선 날

10월 오후, 늦게 출발한 산행에서 정상 1km 전에 돌아선 원주의 한 독자. 그날의 시각을 그대로 적어 보았습니다.

강원 원주에 사는 쉰넷 독자에게 들은 산행 이야기를 재구성했습니다. 산 이름은 밝히지 않았고 몇몇 세부는 각색했습니다.

시청에서 일하는 나는 그해 10월 중순 토요일 오전을 집안일로 다 보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날이 너무 좋았다. 두 번 가 본 산이었고, 정상까지 두 시간 남짓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만 믿고 차에 올랐다.

13:20 들머리

주차장에 차가 많지 않았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걸 그때는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물 한 병, 바람막이, 휴대폰. 헤드랜턴은 차 트렁크에 두고 왔다. 두 시간이면 다녀올 줄 알았으니까.

14:50 능선 갈림길

예전보다 숨이 찼다. 두 번 왔을 때는 봄이었고, 일행이 있었고, 오전이었다. 혼자 오후에 오르니 쉬는 횟수가 늘었다. 갈림길 이정표에 정상까지 1.8km라고 적혀 있었다. 이때 처음 시계를 봤다.

15:40 정상 1km 전

산 그림자가 길 위로 길게 누웠다. 능선 동쪽 비탈은 벌써 어둑했다. 휴대폰으로 일몰 시각을 찾아보니 오후 6시가 채 되지 않았다. 산속은 그보다 먼저 어두워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정상까지 30분, 내려오는 데 두 시간. 계산이 맞지 않았다.

억울했다. 1km였다. 정상석 사진 한 장이면 되는데. 그런데 트렁크에 둔 헤드랜턴이 떠올랐다. 어두운 너덜길을 휴대폰 불빛 하나로 내려가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돌아섰다.

17:40 주차장

내려오는 길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다리가 풀려 바위 구간마다 앉아서 내려왔다. 마지막 20분은 숲이 어두워 휴대폰 손전등을 켰다.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하늘에는 아직 빛이 조금 남아 있었지만, 내가 걸어 나온 숲은 이미 캄캄했다. 정상까지 갔다면 그 숲을 한 시간 넘게 더듬어 내려왔을 것이다.

그 뒤로 나는 산에 가기 전날 밤에 한 가지를 한다. 그 산의 일몰 시각과 내 걸음으로 걸리는 시간을 넣어 산행 출발 시각 계산기로 늦어도 몇 시에는 출발해야 하는지 뽑아 두는 것이다. 그 산은 이듬해 4월에 다시 갔다. 아침 8시에 출발했고, 정상에 11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헤드랜턴은 배낭 맨 아래에 들어 있었다.

자주 묻는 질문

가을에는 산에서 몇 시쯤 어두워지나요?
+
10월 중순 중부 지방의 일몰은 오후 6시 무렵이지만, 산속은 능선과 나무에 해가 가려 그보다 일찍 어두워집니다. 그 산의 일몰 시각을 미리 확인하고 넉넉히 하산을 시작하세요.
정상을 앞두고 돌아설지 어떻게 판단하나요?
+
남은 오르막 시간과 하산 시간을 더해 일몰 전에 내려올 수 없다면 돌아서는 것이 원칙입니다. 출발 전에 '몇 시까지 정상에 못 가면 돌아선다'는 시각을 정해 두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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