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대신 돌아선 날
정상을 코앞에 두고 돌아선 날이 있다. 그날 나는 지는 것 같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정상은 특별하다. 거기 오르려고 그 고생을 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산행은, 정상에 오른 날이 아니라 정상을 앞두고 돌아선 날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날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늦게 출발했고, 몸도 무거웠다. 그런데도 정상이 가까워지자 욕심이 났다.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다리는 이미 후들거렸다. 해도 기울고 있었다. 머리로는 돌아서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자꾸 조금만 더를 외쳤다. 정상을 못 밟고 내려가는 게 지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가 위험한 이유
산에서 사고를 부르는 말은 대개 '조금만 더'다.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인데, 조금만 더 있으면 해가 지는데,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데. 그 조금이 쌓여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나는 안다. 그 '조금만 더'의 유혹이 얼마나 달콤한지. 여기까지 온 노력이 아까워서, 빈손으로 내려가는 게 자존심 상해서 우리는 무리를 한다. 그런데 산에서 자존심을 세우다 크게 다친 사람을 나는 여럿 봤다.
돌아서는 데도 용기가 든다
한참을 망설이다 나는 돌아섰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내려오는 내내 아쉬웠고,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 오르는 데는 체력이 들지만
- 돌아서는 데는 용기가 든다
- 멈출 줄 아는 것도 실력이다
그날 밤 뉴스에서, 같은 산에서 무리하게 오르다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오래 말이 없었다.
정상보다 중요한 것
산은 도망가지 않는다. 정상은 다음에 다시 오면 된다. 그런데 무리하다 다친 몸은, 다음을 기약할 수 없게 만든다.
돌아선 그날, 나는 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 나이 들어 하는 등산에서 진짜 정상은, 산꼭대기가 아니라 무사히 집에 돌아온 나 자신이라는 걸, 그날 배웠다.
살면서도 우리는 자주 돌아설 때를 놓친다.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 무리한 일을 붙들고, 무리한 관계를 붙든다. 멈추고 돌아서는 것. 그것이 때로는 나아가는 것보다 더 큰 용기라는 걸, 산이 가르쳐 줬다.
자주 묻는 질문
- 등산 중 정상까지 못 갈 것 같으면 어떻게 하나요? +
- 무리하지 말고 돌아서는 것이 현명합니다. 체력이 절반 남았을 때 하산을 시작하는 것이 안전의 기본입니다. 정상은 다음에 다시 오면 됩니다.
- 언제 하산을 결정해야 하나요? +
- 예정 시간을 넘겼거나, 날씨가 나빠지거나,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하면 지체 없이 돌아서세요. 사고는 대개 '조금만 더'라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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