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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로
등산

느려도 괜찮다는 걸 산이 알려줬다

동네 산악회 버스를 타면 늘 맨 뒤였던 예순 살 독자. 후미 대장의 한마디 뒤로 그는 자기 숨에 맞춰 걷기 시작했습니다.

경기 성남에 사는 예순 살 독자가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들로가 다시 썼습니다. 산 이름과 사람들의 말은 조금씩 바꿨습니다.

산악회 버스는 아침 일곱 시에 모란역 근처에서 출발한다. 마흔 명 남짓이 타는데, 내 자리는 늘 뒤에서 두 번째 줄이었다. 들머리에 내리면 대장이 "출발합니다" 하고 앞장서고, 십 분쯤 지나면 나는 어김없이 줄 맨 끝에 있었다.

맨 뒤에서 걷는다는 것

뒤처지는 게 싫어서 처음 몇 달은 앞사람 발뒤꿈치만 보고 걸었다. 쉬는 곳에 내가 도착하면 다른 사람들은 이미 물을 다 마시고 일어서는 중이었다. 나는 숨도 고르지 못한 채 다시 따라 일어났다. 그러다 보니 오르막 중간쯤이면 다리가 풀리고, 내려와서는 버스에서 내내 잠만 잤다. 산에 다녀왔는데 산이 기억나지 않았다.

산악회에는 맨 뒤를 맡는 후미 대장이 있다. 일흔을 바라보는, 말수 적은 분이었다. 어느 날 오르막에서 내가 또 헐떡이며 걸음을 재촉하자 그분이 뒤에서 말했다.

"앞사람 따라가지 말고, 말할 수 있을 만큼만 걸어요. 나는 어차피 마지막에 오니까 기다려 줄 사람은 있어요."

말할 수 있는 속도

그날부터 나는 걸으면서 혼잣말을 해 봤다. 한 문장을 끝까지 말할 수 있으면 괜찮은 속도, 말이 끊기면 빠른 속도. 생각보다 훨씬 느려야 했다. 앞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게 처음엔 불안했는데, 뒤에 후미 대장이 있다는 걸 알고 나니 견딜 만했다.

느리게 걸으니 쉬는 횟수가 줄었다. 헐떡이다 멈추는 대신 같은 속도로 오래 걸을 수 있었다. 정상에는 여전히 거의 마지막으로 도착했지만, 도착해서 도시락을 펼칠 힘이 남아 있었다. 그날 처음으로 정상에서 내려다본 능선을 사진으로 찍었다.

후미 대장은 하산할 때도 내 뒤에 있었다. "내려갈 땐 더 천천히. 내려갈 때 다치는 사람이 더 많아요." 그 말도 수첩에 적어 두었다.

지금은

요즘은 산악회에 나가지 않는 주에도 혼자 동네 산을 오른다. 혼잣말로 속도를 재는 습관은 그대로다. 지난달 산악회 산행 때는 출발 전에 대장에게 먼저 말했다. "저는 뒤에서 천천히 갈게요. 하산 시간은 지키겠습니다."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날 처음으로 맨 뒤에서 걷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다.

자주 묻는 질문

산악회 산행에서 자꾸 뒤처지면 어떻게 하나요?
+
출발 전에 대장에게 천천히 가겠다고 미리 알리고, 하산 집결 시간만은 지키겠다고 약속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산악회는 맨 뒤를 챙기는 후미 담당을 둡니다.
'말할 수 있는 속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
걸으면서 한 문장을 끊기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숨이 차서 말이 끊긴다면 속도를 늦추라는 신호로 삼는 분이 많습니다.
#등산#느림#조급함#산#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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